자아와 정체감의 발달

자아와 정체감의 발달

흔히 청소년기를 제2의 탄생기라고 일컫는다. 이 말은 신체적 또는 생리적 면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라기
보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기 존재의 가치를 새롭게 확립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이는 곧 생물학적인 삶에서 정신
적인 삶으로의 전환를 의미하며,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출발점을 뜻하기도 한다. 이 시기동안 자기 존재의 참다운
가치와 의미를 확립하고 의미있는 삶을 설계하는 것은 어릴 때 부모의 훌륭한 양육과 보살핌 이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청소년기 동안 자아의 성장과 정체감 확립은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임과 동시에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
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자아정체

청소년들은 생물학적인 변화와 더불어 수많은 문화적 자극들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청소년들은 그
이전 시기와는 다른 역할과 기대 그리고 책무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이러한 문화적 요구를 충족시켜
야 하는 도전감에 직면하게 된다. 도전감은 상당한 위기를 수반하는데, 이러한 위기는 청소년들에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한 가지는 위기가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방황과 혼동을 포함한 위험행동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이와같은 위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은 그들의 성격 형성 뿐만 아니라 성인

기 동안의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청소년기의 자아발달과 정체감 발달은 청소년들의 생물학적 성숙에 기초한 문화적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본 장
에서는 자아 및 정체감의 의미와 이론적 기초, 청소년기가 되면서 특히 정체감 위기가 심화되는 배경과 정체감의 구
체적인 양태, 그리고 자아 정체감이 생애발달 전체를 통해 형성되어 가는 과정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자아와 정체감의 의미

(1) 자아(self)의 의미

우리들 모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다른 사람과 어떤 점에서 유사하며 또한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등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간다. 자아에 대한 이런 감각은 인지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포함한다. 인지적인 면은 자기 자신을 묘사하는 방식과 관련되며, 정서적인 면은 어떤 과제나 활동을 수행할 때 자기 자신의 태도를 훌륭하거나 나쁜 것으로 평
가하는 것과 관계된다(Sprinthal & Collins, 1995).

그리고 자아에 대한 감각은 출생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아기의 아이들도 다른 사람에 의한 평가의 결과로써 또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아 감각을 형성한다(Mahler, Pine, & Bergman,1975; Marcia, 1991). 

 

아동기에는 교사나 동료와의 관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청소년기가 되면 그 밖의 다양한 대인관계와 사회적 경험을 통해 자아 감각을 확대해 나간다. 여기서는 청소년기 동안 자아 감각이 아동기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인지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다음으로 청소년기 동안 자신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혼란되어 있는지를 정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인지적인 면에서 아동기와 구별되는 자기 자신의 특성들에 대한 자기 기술을 자아개념(self-concept)
이라고 하고,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즉, 정서적인 면을 자기 존중감 (self-esteem)이라고 규정한다.

 

1) 자아개념(self-concept)

 

청소년들의 자아기술(self-descriptions)은 아동기와 매우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아동기 때는 자신의 구체적인 신체적 특징과 대표적인 활동 및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자아를 기술하지만, 청소년들은 사회 및 성격 특성들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더 나아가 신념체계나 가치 그리고 사고과정에 관심을 기울인다(Damon & Hart, 1988). 이러한 차이는 인지적
발달 즉, 보다 추상적인 개념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에 기초한다(Fisher, 1980). 청소년들의 더욱 추상적인 자기 기술은 그들이 스스로의 심리적인 반응을 어떻게 유도하는지, 그리고 아동기 때는 가능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어떻게 할 수 있도록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Susan Harter(1990)는 청소년기 자아개념의 분명한 특징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자아기술을 다섯 가지 측면에서 비교하였다.

 

① 주다영역의 차이 : 청소년들은 아동보다 더 많은 영역들에서 자기 자신을 지각한다. Harter(1985)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장단점을 지각하도록 요구했을 때,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을 지각하는데 8개의 서로 다른 분야를 사용하였지만, 아동은 5가지 영역에서만 자신들의 장·단점을 지각하였다. 

 

청소년들이 사용한 8가지 영역은 학문적 유능성, 운동능력, 행동수행, 사회적 수용, 신체적 외모, 직무능력, 우정, 낭만적 매력이며, 아동 들은 이들 가운데 처음의 5가지 영역만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자아기술은 여러 가지 사회적 역할 또는 맥락에 따라 다르다. 예컨데, 작업장에서 일을 할 때와 교실에서 공부를 할 때 자기 자신을 다르게 기술하며, 친구와 함께 있을 때와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장, 단점을 달리 지각한다. 

 

② 자아개념의 통합 : 15세 경의 어떤 여자 청소년은 '순간적으로 바뀌어지는 내 모습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한 순간에 명랑하다가 곧바로 불안해 지고, 그러다가 빈정거리는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것이 진짜나인가'라고 자문한다. Harter와 Monsour(1992)는 개인의 자아개념에서 명백하게 일치되지 않는 특징들을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청소년기 동안
습득된다고 주장한다. 14~5세경이 되면 불일치되는 특징들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며, 17~8세가 되면 이러한 불일치들을 응집된 기술로 통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불일치를 조정하는 과정에는 어떤 잠정적인 모험이 뒤따른다. 중다 자아개념을 통합하는데 실패할 경우 심리적 장애와 스트레스를경험하게 된다(Sprinthal & Collins, 1995).

③ 현실적 자아와 이산적 자아의 구분 : 청소년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고 싶은 것 또는 좋아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간의 불일치가 작거나 적절한 경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불일치가 클 경우 실망감, 불만족, 우울을 불러 일으키며 두려움, 위협, 조급함 등의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Higgins, 1987). 일반적으로 현실적자아와 이상적 자아간의 불일치는 청소년 초기나 후기보다 중기 동안 더
크게 나타난다.

④ 자아에 대한 선입견 : 청소년들은 그들의 개인적 특성을 인식하고, 불일치된 자질들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이러한 선입견은 자아의식과 자기성찰의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특별하고 신비한 존재로 생각하는 개인적 우상이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주시하고 추종하고 있다고 상상하고 있는 사고 속에서 그들의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찾아볼 수 있다(Elkind, 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