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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 혁명

인포언급 2023. 4. 3. 02:49

조깅 혁명

1970년대 미국에서는 한때 이런 이야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저녁 한 회사원이 직장에서 신경질적이고 우울한 상태로 퇴근했다. 그는 더는 사회적인 압박을 견딜 수 없었고 그래서 자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자살은 가족에게 불행과 오명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무조건 달리기로 생각을 바꿨다. 그는 중년의 나이에다 과체중에 골초였기 때문
에 달리기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 남자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렸다. 그건 다시 말해, 느릿느릿 달리면서 무섭게 숨을 헐떡였다는 뜻이다. 그는 심장마비가 일어나기를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준비가 불충분했다고 생각한 그는 그날 저녁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음식도 덜 먹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멀리까지 뛴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인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깅
조깅

 

그는 길을 따라서 저 멀리까지 두 번이나 달렸고 거의 숨이 멎을 지경이 되었지만 여전히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몇달 만에 처음으로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기운이 샘솟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군. 오히려 달리기가 나를 치유해주는 것은 아닐까.' 다음 날 그는 값비싼
조깅화와 고급 운동복을 샀고, 그날 저녁에는 전날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달렸다. 그런데 그는 찻길을 건너다 그만 화물 트럭에 치여 죽고 말았다. 

 

리디아드의 전염성 높은 제안

1960년 올림픽에서 뉴질랜드 선수들인 피터 스넬과 머리 할버그Murray Halberg가 각각 800미터와 5,000미터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자 그들의 코치인 아서 리디아드에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오클랜드 시의 타마키 라이온스 클럽 Tamaki Lions Club은 뉴질랜드가 갑자기 그렇게 훌륭한 주자들을 배출하게 된 연유를 알고 싶어 했다. 

 

리디아드의 대답은 자기가 기른 제자들은 장거리를 뛴 상태에서도 어쨌든 다른 주자들보다 막판에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특히 피터 스넬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의 막판 스퍼트는 이미 전설적이었다. 장시간의 달리기 훈련을 꾸준히 실시해 체계적 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심장과 체력을 단련시키다가, 남은 기간 동안 선수들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비결이었다.

 

라이온스클럽에서 대화를 나눈 후에 은퇴한 사업가 3명이 리디아드를 찾아와 자신들의 심장 문제를 털어놓았다. 그들 중 한 명은 혹시 달리기를 통해 심장병이 나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뉴질랜드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의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심장병 환자들에게 운동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심장 발작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몇 주
동안 침대에 가만히 누워 지내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래서는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운동부족으로 인해 심장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말 것이다.

 

리디아드는 의료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몸의 어느 부분이건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의사의 허락을 받아이들 세 남자는 오클랜드에 있는 항구까지 달렸는데, 맨 처음 전신주에서 그다음 전신주까지는 걷고, 그다음 전신주까지는 구보로 뛰는 식으로 총 1마일을 달렸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그들은 전 구간을 달릴 수 있었고, 시속 8마일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것은 불과 몇 달 전의 그들의 몸 상태를 고려할 때 엄청나게 놀라운 사건이었다.

 

오클랜드의 이 선구자들이 사업차 뉴질랜드 남섬의 연안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Christchurch를 방문했을 때, 그들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그들이 날씬해졌다고 생각했다. 방문객들은 달리기의 효과를 봤노라고 말했다. 그들은 더 이상 몸이 아프지도 않고,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요즘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일을 계기로 리디아드는 뉴질랜드 남섬에 초청되
어 달리기의 이점을 홍보할 수 있었고, 그래서 남섬에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몇 년 후 리디아드는 비행기에서 콜린 케이colin Kay를 만났다. 케이는 전직 운동선수이자 스포츠 행정가였고, 나중에 오클랜드의 시장이 된 사람 이었다. 그는 인맥이 무척 넓었고, 큰일을 도모하는 데 빼어난 능력이 있었다. 그 역시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고 약간 과체중이었다. 해야 할 얘기가 있으면 마음속에 두지 않고 언제나 직설적으로 뱉어내는 성격인 리디
아드는 케이에게도 건강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직언했다.

 

케이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업가들을 여럿 알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케이는 그런 사람들과 심장 전문의 노엘 로이드하우스Noel Roydhouse 박사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리디아드는 완만하게 달리다가 점차 속도를 높이는 방식의 달리기 효과를 설명했고, 심장 전문의는 의학적인 측면을 보충 설명했다. 당장 그날 아침에 그들은 달리기를 하기 위해 모두 밖으로 나갔고, 리디아드는 그들에게 너무 경쟁적으로 달리지 말것을 경고했다. 그

 

들은 건강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열심히 하다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일은 피해야 했다. 이 뚱뚱하고 성격 좋은 사업가들의 무리는 구보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오클랜드 항구까지 갔고, 거기서 몇 명은 수영을 했으며, 그런 후에 왔던
길을 따라 집까지 터벅터벅 걸어왔다. 거리는 길어야 1마일 남짓이었으나, 그들 중 누구도 성인이 되어서 그렇게 먼 거리를 달려본 적이 없었다.

 

또 다른 심장 전문의로서 한때 1마일 경주 뉴질랜드 챔피언이기도 했던 잭 싱클레어 Jack Sinclair는 이 모임의 프로젝트에 의학적인 무게를 더해주었는데, 이 모임은 이제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기 시작했고, 오클랜드 조깅 동호인 클럽으로 발전하여 많은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이 유쾌한 형태의 달리기를 '조깅jogging' 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신조어는 아니었다. 이 단어는 17세기 영국에서 사람이나 동물이 부드럽게 뛰는 모습을 묘사하는 말로 쓰였고, 가끔은 속보로 달리는 말에게도 사용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롤프 볼더우드Rolf Bolderwood는 1884년에 자신의 소설 <마이런 홈My Run Home)에서 '아침 조깅' 에 관해 언급했으나, 어쨌든 그 단어는 영어 문화권 바깥의 나라들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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